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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노 웨이 홈을 보고 나서 한동안 스파이더맨 이야기가 거기서 끝난 줄 알았습니다. 피터 파커가 자신을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엔딩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이어가지?' 싶었거든요. 그런데 브랜뉴데이 개봉 소식을 접하고 예고편을 보는 순간, 제가 틀렸다는 걸 바로 인정했습니다. 오히려 그 선택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는 게 보였으니까요.
7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3부작 흐름과 이번 영화의 핵심 포인트를 제 시각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피터 파커가 여기까지 온 맥락
홈커밍에서 피터는 그냥 15살짜리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토니 스타크에게 스카웃돼서 어벤져스에 잠깐 발을 담갔다가, 다시 동네 소소한 범죄나 막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였죠. 그 시절 피터는 슈트에 의존했다가 토니에게 빼앗기고, 슈트 없이도 해내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서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타노스의 핑거스냅, 이른바 블립(Blip)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블립이란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겨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소멸시킨 사건으로, 5년 뒤 다시 되살아나면서 현실과 시간이 어긋나 버린 상황을 말합니다. 이 사건으로 피터의 유일한 멘토였던 토니가 세상을 떠나고, 피터는 이디스(EDITH) 안경이라는 엄청난 유산을 떠안게 됩니다.
이디스는 전 세계 스타크 드론 군대를 음성 명령 하나로 소환할 수 있는 무기 시스템입니다. 말하자면 10대 소년이 핵 버튼을 쥔 셈이었죠. 저는 이 설정이 처음 나왔을 때 좀 당황했습니다. '이걸 피터한테 줘도 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파 프롬 홈의 핵심 갈등이 됩니다.
미스테리오(Mysterio)가 등장하면서 피터는 이 이디스를 통째로 넘겨줍니다. 미스테리오는 다른 차원에서 온 영웅인 척했지만, 실제로는 과거 토니 밑에서 일했던 직원이 홀로그램과 드론 기술로 꾸며낸 가짜 히어로였습니다. 홀로그램 기술이란 빛의 굴절을 이용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물체나 장면을 공간에 투영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피터는 이 사기에 완전히 속았고, 가까스로 미스테리오를 무너뜨렸지만 대가가 혹독했습니다. 그의 정체가 전 세계에 공개된 것입니다.
노 웨이 홈에서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를 찾아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문을 요청합니다. 멀티버스(Multiverse), 즉 서로 다른 평행 우주가 공존하는 개념이 이 영화의 핵심 설정인데, 주문이 꼬이면서 피터가 스파이더맨인 걸 아는 다른 차원의 빌런들이 쏟아져 들어오게 됩니다. 결국 피터는 메이 이모를 잃고, 두 명의 다른 우주 스파이더맨과 힘을 합쳐 빌런들을 치료해 돌려보낸 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세상에서 지우는 선택을 합니다.
제가 이 결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화려한 액션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사라지겠다"는 선택, 그 무게감이었습니다.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희생이라는 점에서 더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 홈커밍: 슈트 없이도 해내는 피터, 자신만의 영웅으로 첫 각성
- 파 프롬 홈: 멘토를 잃고 이디스를 떠안으며, 사기와 배신 속에서 다시 일어섬
- 노 웨이 홈: 멀티버스 사태 수습 후 스스로를 세상에서 지우는 결말
이번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빌런 라인업
브랜뉴데이의 빌런 구성을 보면서 저는 꽤 놀랐습니다. 새로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니라 마블 코믹스 원작의 초창기 빌런들을 대거 불러온 방식이 인상적이었거든요. 스콜피온(Scorpion)은 홈커밍 이후 약 10년 만에 돌아오는 캐릭터입니다. 스콜피온이란 기계식 전갈 꼬리를 장착한 빌런으로, 원작 코믹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숙적 중 하나로 꼽히는 존재입니다.
여기에 타란툴라, 부메랑, 렘로드, 툼스톤까지 라인업이 이어집니다. 타란툴라는 거미를 모티프로 한 근접 전투형 빌런이고, 부메랑은 이름 그대로 부메랑 계열 무기를 사용하는 캐릭터입니다. 무자비한 닌자 조직 핸드(The Hand)도 등장하는데, 핸드란 마블 세계관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암살자 집단으로 데어데블 시리즈에서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뉴욕 뒷골목을 장악한 범죄 조직 보스 툼스톤까지 합류하면서 피터를 사방에서 가로막는 구도가 완성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꽤 흥미롭다고 생각한 지점이 있습니다. 이 빌런들 중 누가 진짜 메인 빌런인지 도무지 예측이 안 된다는 거예요. 막강한 빌런이 여럿 등장한다고 해서 그중 한 명이 자동으로 보스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 라인업 내부에서 판을 완전히 뒤집을 인물이 나올 수 있다는 거죠.
반면 이렇게 빌런이 많아지면 각 캐릭터가 충분히 소화되지 못한 채 끝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실제로 노 웨이 홈에서도 빌런이 다섯 명이나 나오면서 개별 캐릭터의 서사가 다소 얕게 처리된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 아쉬움을 브랜뉴데이가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이번 영화의 핵심 과제라고 봅니다.
제가 가장 기대되는 건 퍼니셔(Punisher) 프랭크 캐슬의 등장입니다. 퍼니셔는 마블에서 가장 잔혹한 다크 히어로로, 가족을 잃은 뒤 법 바깥에서 직접 악당을 처단하는 방식으로 활동합니다. 피터의 "악당을 치료해서 되돌려 보내겠다"는 태도와 퍼니셔의 방식이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긴장감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조력자인지 적인지는 개봉날 직접 확인해야 알겠지만요.
피터 파커의 변화와 이 영화가 말하는 것
브랜뉴데이에서 가장 독특한 설정은 피터의 몸이 피터의 의지와 무관하게 변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직접 제작한 웹슈터가 낮아 떨어지고, 몸에서 거미줄이 저절로 뿜어져 나오며, 눈이 새까맣게 변하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됩니다. 스파이더맨 코믹스에서 이를 스파이더-센스(Spider-Sense)의 과부하 혹은 '거미 본능'의 각성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데, 스파이더-센스란 위험이 닥치기 직전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초감각 능력을 말합니다.
더 강해지는 동시에 더 위험해지는 이 변화가 지금까지의 스파이더맨과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을 만들어냅니다. 이전까지는 슈트가 피터를 보호하고 능력을 조율해 줬다면, 이제 피터 자신의 몸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한 거니까요.
저는 이 설정을 보면서 영화 밖의 이야기가 겹쳐 보였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한동안 어색하게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결국 용기를 내어 먼저 대화를 시도했는데, 처음에는 내가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게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피터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말고는 없으니까요.
이 영화가 이전 3부작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방향성에 있습니다. 홈커밍과 파 프롬 홈은 평범한 소년이 영웅이 되어가는 성장담이었습니다. 그런데 브랜뉴데이는 정반대입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 바닥에서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입니다.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즉 마블 영화가 공유하는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이런 결을 가진 스파이더맨 이야기는 처음입니다.
제작진이 재키 찬의 스턴트팀을 붙였다는 정보가 공개됐는데, 단순히 화려한 액션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피터의 몸이 변해가는 과정을 동작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마블 스튜디오는 그동안 시각효과(VFX)에 많이 의존해 왔는데, 이번에 실제 스턴트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출처: Marvel 공식).
한편으로는 MJ와 네드가 피터를 다시 기억할 수 있을지도 이번 영화의 중요한 축입니다. 노 웨이 홈에서 세상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피터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 관계가 회복되는지 아닌지에 따라 피터가 어떤 결론에 도달하느냐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MJ가 다시 피터를 알아보는 장면보다 오히려 끝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결말 쪽이 더 이 캐릭터다울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더 아프겠지만요(출처: IMDb 스파이더맨: 브랜뉴데이).
자주 묻는 질문
Q. 스파이더맨 브랜뉴데이 보기 전에 3부작 다 봐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노 웨이 홈만큼은 보고 가시길 권합니다. 브랜뉴데이의 시작점이 노 웨이 홈의 엔딩 직후이기 때문에, 피터가 왜 혼자인지 맥락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감동 차이가 상당히 크게 느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Q. 브랜뉴데이에 다른 MCU 히어로들이 나오나요?
A. 브루스 배너와 퍼니셔 프랭크 캐슬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들이 피터의 편인지 적인지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퍼니셔처럼 방식이 완전히 다른 캐릭터가 어떤 포지션을 갖느냐가 이번 영화의 숨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Q. 피터의 몸이 바뀐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A. 기존 슈트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피터 자신의 신체가 거미의 특성을 더 강하게 발현하기 시작하는 변화입니다. 눈이 새까맣게 변하거나 의지와 무관하게 거미줄이 나오는 등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데, 이게 강화인지 부작용인지 모호한 것이 이번 영화의 핵심 서사 중 하나로 보입니다.
Q. 이번 영화에서 MJ와 네드는 피터를 기억하나요?
A. 노 웨이 홈의 주문으로 두 사람도 피터를 잊은 상태입니다. 브랜뉴데이에서 이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중요한 감정선인데, 회복으로 갈지 영영 남으로 남을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시각이 있습니다. 저는 어느 쪽이든 피터의 이야기에 맞는 방향이 있다고 봅니다.
결론
영화를 보면서 제가 계속 떠올린 건 '영웅다움'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피터 파커는 멘토도 없고, 이름도 없고, 기억해 주는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다시 뉴욕을 지키기로 선택합니다. 이 선택을 영웅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초인적인 능력 때문이 아니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빌런 라인업과 실제 스턴트 중심의 액션도 기대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피터가 혼자 고민하고 선택하는 장면들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올 것 같습니다. 7월 29일 개봉 전까지 노 웨이 홈을 한 번 더 보고 극장에 가시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